'레고랜드 채무불이행'으로 불이 붙은 단기금융시장 경색이 신용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신용대출 금리는 단기 채권 금리를 기준으로 삼는데, 정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단기채권 금리가 지속해서 오르고 있다. 여기에 미국 FOMC(연방시장공개위원회)의 4번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 인상)으로 금리 상승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이날 신용대출 금리는 5.99~7.25%다. 대부분의 우대금리 조건을 충족해도 6%가 넘는 금리가 적용되는 셈이다. 지난달 5대 은행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서민금융 제외)가 5.15~5.85%인 것과 비교하면 급격한 상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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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원인에는 '레고랜드 채무불이행'이 있다. 지난 9월 말 강원도의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선언 이후 채권시장의 자금 경색이 심화하면서 특히 단기 채권의 금리가 상승했다. 신용대출은 보통 단기 채권 금리를 기반으로 책정된다.
지난 2일 은행채 1년물 금리는 5.007%까지 올랐다. 은행채 1년물의 금리가 5%를 넘어선 것은 2008년 12월 금융위기 이후 약 14년 만이다.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직전(9월27일) 4.462%였던 금리는 두 달여 만에 0.545%포인트 상승했다.
만기가 더 짧은 6개월물 은행채는 같은 기간 3.781%에서 4.535%로 금리가 0.754%포인트나 올랐다. 보통 6개월 단위로 금리가 조정되는 신용대출은 6개월 만기 은행채를 기준으로 한다. 91일물 CD(양도성예금증서)금리도 3.12%→3.97%로 0.85%포인트 급등했다. 일부 신용대출은 기준 금리에 따라 이자율 상단이 8% 중반까지 오른 상태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23일 '50조원+α(알파)' 규모의 유동성 공급 계획을 발표했음에도 단기 금융시장은 안정되지 않고 있다. 정책 발표 이후에도 꾸준히 금리가 상승 중이다. 은행채 3년물과 5년물이 정책 발표 후 금리가 떨어진 것과 상반되는 모습이다. 신용대출의 금리 부담이 다른 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커진 셈이다.
문제는 금융시장 환경이 금리 상승 방향으로 간다는 점이다. 미국 FOMC가 4번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결정하면서 미국 기준금리는 최대 4%로 상승했다. 한국 기준금리(3%)와 1%포인트 차이가 난다. 시장에서는 한미 금리 차이를 줄이기 위해 한국은행이 오는 24일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한다.
기준 금리 상승은 신용대출을 포함한 전반적인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연말 신용대출금리가 9%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출금리 상승은 신규 신용대출 신청자와 함께 기존 차주에도 적용이 된다. 보통 6개월에서 1년 단위로 금리가 조정되는데, 최근 금리상승이 가파른 만큼 조정주기가 도래하면 금리가 한 번에 크게 뛸 수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금융환경이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금리조정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예금보다 대출이 금리상승에 더 민감한 만큼 대출을 일부라도 상환하는 것이 사실상 돈을 절약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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